우리는 로봇으로 수술하고 무인자동차로 자율 주행하는 21세기 첨단 과학 문명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아주 오래된 질병인 한낱 감염 질환의 위협에서 마스크 하나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든든한 의료정책 덕분에 코로나19 감염자의 무상진료와 전 국민 무료백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새 학기를 맞은 아이들은 등교할 수 없어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요양병원에 모신 부모님의 손도 잡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임산부가 열이 있다는 이유로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다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등 전담병원 부족으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도 입원실이 없어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K-방역의 찬사와 글로벌 건강보험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감염 전담병원의 의료진은 연일 혹독한 업무에 번 아웃을 호소하고 급기야 의료현장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나고 있다.

망자의 길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쓸쓸히 바라봐야 하는 가슴 아픈 사연, 자영업자 고통의 목소리, 맘 편히 담소를 나눌 수 없는 일상 등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최소한의 행복마저 앗아갔으며 현재 210만명의 사망자를 낸 전 지구적 재앙이 되었다.

사전에 준비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2015년 메르스로 186명 감염자 중 38명이 사망하여 국내 치사율 20.4% 당시 우리 보건당국은 한국의 메르스는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없고 지역사회 전파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며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하였고 감염병 대책에 소홀하였다. 하지만 일부 지각 있는 전문가들은 감염병의 심각성을 예측하고 감염병 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공공병원의 확충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감염병 전담병원 등 공공병원의 시설 확충과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중은 전체병원의 5% 대이고, 전체 병상수의 10%에 불과하다.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다수 공감하지만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다시 재정상황 등을 이유로 더디게 진척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에 공공의료체계 강화 대책으로 2025년까지 공공병원을 20곳 신·증축하고 병상수도 5천개 확충하겠다고 했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공공병원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갈수록 고령화와 산업발달, 환경오염으로 감염병의 재유행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언제까지 의료진의 헌신적인 희생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의료 취약지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및 인력 확충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정책이 절실하다.

국민의 건강 안전지대 마련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가장 기본이며, 향후 예상되는 신종 전염병 대처와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서 공공병원 확충은 꼭 이루어져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