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봉사활동 그 자체가 힘이 들어 그만 두고 싶기도 하고 봉사활동이 또 다른 힘을 주어 더욱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상담봉사활동은 더 그런 것 같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냥 수다 떨 듯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참으로 힘이 들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그 사람이 된 양 힘들기도 하고 온 종일 그 생각에 사로 잡혀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관둘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도 나 아니면 또 누가 들어주나?’하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담을 했던 그 누군가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리면 힘이 나서 기뻐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더욱 열심히 활동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최근 힘이 나는 두 가지 일을 겪었다. 하나는 청소년 시절 알게 된 한 청년으로부터이고 또 하나는 최근에 알게 된 한 어르신으로 부터이다.

얼마 전 예전에 상담을 했던 한 소년, 아니 이젠 어엿한 청년이 되어 군복무도 마친 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그 친구가 고등학생일 때였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를 한 후 새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알코올중독이었던 아버지의 잦은 폭행으로 더 이상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고 누나와 따로 나와 살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저지른 잘못된 행동으로 나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 때도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데 열심이었고 성실한 했었는데 어느덧 성장하고 군대도 다녀왔다고 했다.

최근에 취업을 했다며 잊지 않고 연락이 왔다. 게다가 본인도 누군가를 돕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후원신청서를 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니까 많은 액수는 아니더라고 자신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바르게 잘 성장한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또 하나, 대치자원봉사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한 어르신의 이야기이다.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생신축하도 해드리고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어르신이다.

이 분은 예전에 사업을 꽤 크게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이 부도나면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수급자가 되셨다. 어르신의 과거를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암담하고 침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르신은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많은 지원들을 해줘서 참 감사하다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여러 번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난해 말 대치자원봉사회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대치자원봉사회에서 어려운 청소년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며 매월 후원금을 내겠다고 하셨다. 한 칸짜리 방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계시지만 콩 한 톨도 나눠 먹는 게 사람 인심이라는 실천을, ‘기부는 돈이 많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최근의 이 두 가지 일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물질적인 여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나누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해줬다. 어쩌면 그것보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기부와 자원봉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감히 많은 분들께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고 말하고 싶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부와 자원봉사의 길로 한 걸음 다가간다면 아마도 그 보다 훨씬 큰 여유를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