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一角)이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빙산은 작지만 그것이 있으면 그 밑에 대부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어떤 시그널(Signal)로 해석할 수 있다. 타이타닉 영화를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시그널을 만난다. 건강검진을 해서 이상치가 있으면 치료할 수 있고 금융자금흐름에 문제가 있으면 적기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음부도율 지표도 물건을 사고팔면서 주고받는 어음이나 수표 등이 잘 지급되는지 나타내는 시그널이다. 어음부도율은 전체 교환에 회부된 금액 중에 지급되지 않고 부도가 난 금액의 비율이다. 어음부도율이 낮으면 대체적으로 자금사정이 좋다고 판단하게 한다.

대출의 연체율 지표도 중요한 시그널이다. 대출금액 중에 연체금액이 많아지면 대출을 제 때에 갚지 못하는 것이니 대출자가 자금 사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에서는 상환하는 금액이 적어지니 연체율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이와는 반대로 높아질 수 있다. 요즈음처럼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로 전환되었으니 연체율을 더욱더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국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시그널은 무엇일까? 종종 인용되는 것이 CDS 프리미엄이다. CDS는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을 나타내는 파생금융상품 용어이다.

독자들에게 조금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자동차보험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 운전자는 미래의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회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계약대로 보상을 해주고 사고가 없으면 보험료만큼 이익을 얻는다. CD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이 어떤 나라의 국채를 살 때 국가가 부도나면 계약대로 보상해주고 별일이 없으면 보험료를 챙기게 된다. 이때 보험료를 ‘CDS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즉, 자동차 보험료와 CDS 프리미엄은 같은 성격이다.

한편 운전자의 사고 가능성이 높으면 보험사는 높은 수준의 보험료를 요구하듯이 국가부도위험도 높으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CDS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한국의 경우 국가부도위험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최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이다.

실제로 2015년말 5년만기 국채의 CDS 프리미엄을 보면 한국은 55bp, 중국은 108bp, 인도는 145bp 수준 이였다.(1bp는 0.01%이다. 채권원금에 프리미엄을 곱하면 투자자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된다.) 16년 말에도 각각 44bp, 118bp, 123bp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9월 하순 북핵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9월 27일에는 각각 76bp, 64bp, 74bp로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더욱이 눈여겨 볼 것은 우리나라가 중국, 인도보다 부도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인데 국제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그만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후 이러한 추세가 한동안 지속되다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완화되면서 한국의 프리미엄이 지난해 11월말 경에는 인도보다 낮아졌고 금년 1월 8일에는 중국보다도 낮아졌다. 1월 11일 현재 한국 43bp, 중국 46bp, 인도 66bp를 나타내고 있다.

CDS 프리미엄 수치를 보고 있노라면 최근 몇 년간 새삼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과 낮아진 국가부도위험을 체감할 수 있다. 새해 우리나라의 낮아진 국가부도위험 안정세가 쭉 이어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