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실검’이라고 하길래 “실검이 뭐야?” 물었더니 “아니, 아직까지 그것도 몰라?” ‘실시간 검색’을 줄여서 ‘실검’이라고 하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실검 1위’로 올라오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필자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된다. 요즈음은 인터넷, IT 기술이 발달하여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일시에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이것이 일종의 쏠림현상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어떤 종목으로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소문나면 이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쏠림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내려가 채권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면 채권규모를 늘리기도 하고 이에 더해 만기가 긴 채권을 선호한다. 같은 수익률 변동 하에서도 이익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의 평가손익=(-)채권규모×수익률변동×만기(듀레이션)}

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시장에 대해 논란이 많다. 금년 초 120만원 내외에서 거래되더니 12월 8일에는 2,500만원 가까이 올라갔다가 최근에는 2,000만원을 넘고 있다. 투자자도 직장인, 주부, 학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투기 광풍이라고까지 할 법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처럼 거품이 끼여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와도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듯 싶다.

1600년 초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데다 인접국인 독일의 30년 전쟁 등으로 직물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그야말로 유동성이 풍부해 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초 증권거래소가 1602년 설립되어 ‘동인도회사’를 상장시키면서 여타 유럽국가들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한편, 1573년 터키에서 들어온 튤립은 귀족, 부유층이 ‘부(富)’의 상징으로 선호하면서 가격이 오르자 귀족을 닮고 싶은 일반 서민들도 구매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당시 네덜란드 사회는 계층적으로 유연하여 돈만 있으면 신분상승이 가능했기 때문에 서민들도 튤립에 대한 투자 유인이 컸다. 1633년 ‘황제튤립’ 한 뿌리가 5,500플로린까지 올랐는데 당시 암스테르담 집 한 채 가격이 1,200플로린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품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어 1636년에는 튤립에 대한 선물시장도 개설되고 투기적인 수요가 가세하더니 튤립 가격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라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구매자가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1637년 2월 한 달동안 1/100 이하로 떨어졌고 부도가 계속 이어지자 정부는 튤립 매매가격의 3.5%만 지급하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한다.(홍기훈 교수, 블록체인과 핀테크 칼럼 참조)

이와 같은 시장행태를 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쏠림현상, 군집행태(herd behavior),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감성적인 요인 등에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Robert Shiller)와 애컬로프(George Akerlof)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았던 것도 야성적 충동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지금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매입한 물건이 미래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태를 보였다가 튤립 버블처럼 가격은 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