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있다. 가족중에 환자가 생기고 오랜 병치레를 겪다보면 병원비 부담 못지않게 간병에 대한 가족의 고통이 크다는 것을 대변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어머니들이 간병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간병을 여성이나 가족들만의 몫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입원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231만원)보다 간병비용(연 275만원)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2.5%로 OECD 평균인 8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의 주된 요인이며 이중 간병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앞으로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사적 간병인 고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연간 2조원이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OECD 국가 중 간병을 가족이나 사적 간병인에 맡기는 국가는 대만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에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간병부담을 낮추고 입원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간병을 입원서비스에 포함해서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 병원에서는 간병을 포함한 간호서비스를 병원에서 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간호인력도 2배 수준으로 증원돼 간호사 1명이 관리해야 할 환자가 평균 25명에서 10~12명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포괄간호서비스는 2015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이전에 1일 입원시 약 7~8만원 정도 간병비로 부담하던 것을 1일 입원료에 추가로 3800원~7450원(6인실 기준)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환자 가족이 느끼는 경제적 의료비 부담이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환자 1인당 직접간호 시간이 일반병동에 비해 1.7배 증가했고 일반병동 대비 욕창 발생률은 80% 감소했으며, 최근 많이 발생하는 침상 낙상사고도 19%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의 85%가 다시 이용하고 싶다거나 주위에 권하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하니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에 대한 성과 및 결과가 매우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성과는 환자가족의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아닌 가족의 일상생활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따져 볼 때도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8년도까지 전국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포괄간호서비스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 일선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간호 인력의 수급 문제, 회의적인 대다수의 병원들을 위한 적절한 보상체계, 간호수가체계의 개선 등 많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격적인 시행까지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고령화 사회에 걸맞는 진정한 ‘보호자 없는 병실’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