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는 특이한 길 이름이 있다. 테헤란로다. 언제 생겨났을까? 지금으로부터 40년인 1977년 6월. 왜 테헤란이란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란의 수도(首都) 테헤란 시장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친선을 위해 도로 이름 하나씩 교환하자고 건의해서 서울에 테헤란로가 생겨났고 같은 해 11월 28일에는 테헤란에 서울로가 설치되었다. 테헤란로는 지하철 2호선 역을 기준으로 동쪽으로부터 삼성역을 시작으로 선릉역, 역삼역, 강남역을 연결하는 왕복 10차선, 4km 거리이다.

테헤란로 하면 독자들은 무엇이 생각나는가?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오피스빌딩, 정보통신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등 벤처기업 등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한테는 이란이라는 중동산유국과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파동이후 중동건설 붐이 연상된다.

사실 해외건설수주액이 1974년 2억6천만달러에 불과했지만 ‘76년 25억달러, ’77년 35억2천만달러, ‘78년에는 81억달러로 성장하여 석유파동이후 어려움에 처해 있던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1975년 경제성장률이 7.9%였으나 ‘76년에는 13.1%, ’77년 12.3%, ‘78년 10.8%로 높은 경제성장률 수준을 보였다.

요즈음처럼 어렵다는 시기에는 중동건설하면 당시 경영수완을 발휘해 현대그룹을 크게 성장시킨 고(故) 정주영 회장이 떠오른다. 현대그룹은 중동건설을 통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51.6억달러를 벌어 들였고 1978년에는 미국 포춘(Fortune)지에 98위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정 회장이 어려운 중동건설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조선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역경을 헤쳐나간 근원에는 ‘빈대이야기’가 자주 거론된다. 그가 젊은 시절 인천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던 때 노동자 합숙소에 빈대가 들끓었다고 한다. 이런 빈대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묘책을 세웠는데 방바닥 보다는 다소 높은 탁자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한동안 괜찮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빈대들이 탁자 다리를 타고 올라와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궁리 끝에 탁자 네 다리에 물을 담은 세숫대야를 하나씩 놓고 자기로 했다. 빈대가 헤엄을 치기 못하기 때문에 세숫대야 물을 지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효과도 며칠뿐이었다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빈대들이 탁자 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서 그를 향해 떨어지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정 회장은 그 때의 빈대를 보고 평생 잊지 못해 간부회의나 외부강의 등에서 ‘빈대도 목적달성을 위해 저토록 머리를 쓰고 노력하여 성공하는데 인간은 무슨 일이든 중도에 포기하기 않고 죽을힘을 다하여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 회장이 선박수주 등 중요한 결정 순간 여러 가지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수주를 포기하려는 직원들에게 던진 말이 유명하다. “이봐, 해봤어?” “해봐. 되는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돼. 그렇게 되더라구. 내가 해봤더니 그래.”

지난해 목포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공장 벽에 붙어 있는 정 회장의 어록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 모두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가진다면 개인, 기업, 나아가서는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