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다보면 중턱이나 정상부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나 막걸리 등의 가격이 산 밑 슈퍼나 편의점에서 받는 가격에 비해 훨씬 높다. 오래전부터 영화관은 아침 일찍 오는 관객을 위해서는 할인해 주는 조조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콘도, 비행기의 성수기 요금은 평상시에 비해 훨씬 높다.

철도 요금은 어떠한가? 승객들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대에는 할인율을 높이고 연령대에 따라 다른 요금을 적용한다. 고속철도(KTX)의 경우 청소년ㆍ어른, 어린이, 유아, 경로, 장애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놀이동산ㆍ공원의 경우에도 주간권, 야간권, 대인, 청소년, 소인ㆍ경로 등으로 세분하고 있다. 전력의 경우에도 심야시간에는 할인해주고 있다. 프로야구장도 보통석에 비해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VIP석, 커플석 등을 운영한다.

이런 경우는 수출품에도 적용된다. 1990년대 중반 국산차의 미국 수출가격이 국내 시판가격보다 낮았다. 전 세계 자동차와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유학생들 사이에는 미국에 공부하러 들어오자마자 수출된 국산차를 구입하여 운행하다가 공부마치고 귀국할 때는 이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공급자가 동일한 서비스나 상품을 판매하는데 수요자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정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를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고 하는데 이 가격차별이 성공하려면 수요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싼 시장에서 구매하여 비싼 시장에 재판매할 수 없어야 가능하다. 예컨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를 현지에서 구매하여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는 제반 비용이 국내 가격보다 높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차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또 중요한 것은 공급자가 두 시장 간 서로 다른 가격탄력성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가격탄력성이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1% 변화하였을 때 수요량이 몇 % 변화하는가를 절대치로 나타낸 것이다.

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elastic)이라고 하고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우리는 생필품의 경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비싸도 살 수밖에 없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는데 이를 비탄력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사치품은 다르다. 워낙 비싸 평소 구입하기를 꺼리다 일단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니 탄력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백화점 바겐세일 기간 중 그간 구입을 꺼려했던 고가품에 할인혜택이 주어질 경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나온 가격탄력성을 원용하여 요즈음 가격이 크게 오르는 한강변 일부 강남아파트 상황을 설명해 보면 어떨까. 기본적으로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일부 한강변 강남아파트의 가격탄력성이 탄력적에서 비탄력적으로 변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해 종전에는 가격이 높으면 구매하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면 구매하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할 수 있었는데 즉, 가격탄력성이 높았는데 이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이 올라도 오히려 구입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학의 논리로 보면 수요곡선이 비탄력적일수록 공급자는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더 높이려는 욕구가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