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의료보험이 1989년 7월 1일 달성된 이후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 가고 필요하면 입원을 할 수 있게 됐다. 3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여러 국가에서 시스템을 배워갈 만큼 우수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해마다 급증하는 의료비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료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이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관리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관건으로 쓸 곳엔 쓰고 줄여야 할 것은 줄이며 누수 되는 곳은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누수 되는 곳으로 방지해야 할 첫 번째가 사무장병원으로 통칭되는 불법개설의료기관이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이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의사나 약사, 의료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개설ㆍ운영하는 의료기관(사무장병원ㆍ면허대여약국)을 말한다.

대부분 환자의 안전보다는 영리추구를 주목적으로 운영되어 과잉진료나 불법적인 환자 유치 등을 일삼고 적정한 의료인력을 갖추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의료질서를 위협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불법개설의료기관으로 인해 지난 14년(2009~2023년)간 건강보험 재정은 약 3조4천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환수율은 고작 6.7%(약 2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단 수사의뢰에 따른 경찰의 불법개설기관 수사는 강력사건 등에 밀려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재산 압류 등 적절한 조치가 어렵고, 환수율도 떨어진다. 공단 특사경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불법개설의료기관을 조사해오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고, 특히 건강권과 보험재정 보호를 위한 시의성 있는 조사를 할 수 있으므로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할 경우 적발률과 환수율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정누수 방지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료계에서 공단 특사경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수사권 범위가 불법개설의료기관 수사에 한정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아무쪼록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에 앞장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될 수 있도록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하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