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 속 3대 천사 중의 하나인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주셨다는 뜻을 지닌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수호천사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기 이전인 1997년 당시 김수환 추기경과 서울대 안규리 교수의 사랑으로 혜화동 성당 백동관에서 첫 진료를 시작한 것이 라파엘 클리닉입니다.

그러던 중, 의지할 곳 없는 내국인들에게도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하여 혜택의 범위를 넓힌 것이 홈리스 클리닉입니다. 홈리스(homeless)란 거처가 불안정하거나 없는 분들을 이르는데, 그분들이 몸이 아프다면 소외감 나아가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10시 30분이 되면 150여 명 클리닉 대상자들의 현장 예약을 받고 옛 계성여고 학교 부지에 이동식 천막을 설치합니다. 의료진과 간호사 그리고 스텝들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로 모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손길을 보태는 것이 프리메디컬 프로그램입니다. 휘문고 신동원 전 교장 선생님 등이 시작한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선체험(先體驗)시키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취지는 앎(Knowledge)이 아닌 함(Doing)이 힘이라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진료는 전문 의료진이 하지만 그 전에 천막을 치고 진료할 수 있도록 집기 등을 세팅하는 일은 스텝들과 프리메디컬 고교 자원봉사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한 주간의 피로를 풀고 가족과 단란하게 웃음꽃을 피우거나 복습을 통해 학력을 키워야 하는 시간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베푸는 것은 결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헌신과 희생이라는 것을...

서울, 경기, 인천 등지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명동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홈리스 클리닉은 한 줄기 희망의 빛입니다. 그럼에도 설과 추석만 쉬고 일 년 매주 운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의료진과 공간적 제약뿐 아니라 혹한기와 혹서기에 맨땅의 천막 속에서 지료를 하는 데는 초인적인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런 그들이 노숙인 환자들에게 라파엘 천사처럼 치유와 힐링,소통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의료 봉사는 작지만 큰 위로와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1일이 그 홈리스 클리닉이 시작한 2돌이었습니다

바라건대 홈리스 클리닉 2돌을 맞아 후원의 지평이 넓어지고 자원봉사의 영역이 드넓어져 우리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