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행정의 안정성이 무너졌다>

신연희 강남구청장님께서는 유독 법치행정(法治行政)을 많이 강조합니다. 그런데 말씀과 달리 현재 강남구는 법치행정은커녕 집행부가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심지어 법치행정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구청장님, 그리고 공무원 여러분 법치행정이 무엇입니까? 법치행정이란,"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따라 행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치행정은 본질적으로 민주행정을 뜻한다. 즉 법치행정은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회의 뜻에 따라 행정을 한다는 의미에서 민주행정의 의미를 지닌다.

법치행정은 또한 국민의 기본권을 행정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 행정으로부터 국민이 입는 피해를 구제해야 하며, 행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지닌다." 행정학 용어사전에서의 정의입니다.

‘강남구 독립’은 구청장의 권한이 아닙니다. 강남구 주민을 대표하는 우리 강남구의회의 권한도 아닙니다. 더더욱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의 권한이 아닙니다. 오롯이 국회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권한 없는 행위를 행정기관이 공표하는 것이 과연 법치행정에 맞는 것입니까?

‘강남특별자치구’ ‘강남독립은 진심이다’. 이 말 한 마디에 행정기관으로서 강남구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제 전국민은 강남구(청)의 의사표시가 진의(眞意)인지,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 묻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강남구청이 여기에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위반시 과태료 부과>라는 팻말을 붙여놔도 주민들로 하여금 엄포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책임지시겠습니까.

행정기관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은 행정청의 신뢰보호의 원칙, 즉 강남구 행정의 안정성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개적으로 요구합니다. 강남구 신뢰회복 방안을 내놓으십시오.

<의회무시는 법치행정 기본원리의 몰이해다>

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치행정의 기본 원리는 바로 삼권분립으로부터 나옵니다. 집행부는 강남구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강남구의회를 마땅히 존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강남구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주민의 대표인 의장의 지시명령을 불복종하고 소란을 피운 행위는 법치행정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실체적으로 강남구의회 회의규칙 제74조(회의의 질서유지) 위반입니다.

또, 있습니다. 더 심각한 사례입니다. 집행부는 세텍부지 내 서울산업진흥원 건물을 불법 가설건축물로 규정하고 자진철거를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가설건축물은 200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가설건축물이라 존치기간이 끝나면 철거해야 합니다. 존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행정청에 신고를 해야 됩니다. 이 건축물은 지금까지 네번의 신고와 수리가 이뤄졌습니다.

이 건물이 언제부터 불법건축물이었습니까?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방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니, 이렇게 묻겠습니다. 이 불법건축물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있는 행정청이 어디입니까. 그 행정청의 수장은 누구입니까?

강남구 주장이 맞다면, 관련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구청장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 경력 30년, 행정전문가이신 구청장님이 그동안 이런 위법을 몰랐겠습니까, 아니면 알고도 묵인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사례는 아주 악질적인 법치행정 유린사례입니다. 강남구청은 스스로 위법행위가 없는데 위법하다고 자인하고 있습니다. 위법(違法)을 적법(適法)이라고 하는 것보다 적법을 위법이라고 위장하는 것이야말로 법치행정을 농락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에 더해 집행부는 국가가 인정한 행정심판제도를 근거 없이 불신하며 매도하고, 국가기관의 준사법적 판결을 부정하는 反국가적, 反사회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9월 21일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는 강남구가 연장신고를 수리 하지 않는 것이 위법이라는 취지로 재결처분을 내렸고, 현재 법적으로 이 가설건축물은 2018년 6월까지 사용가능해졌습니다.

국가공동체를 떠받치는 공적 조직인 공공기관이 국가제도의 신뢰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한 치도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집행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건물을 철거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사사건건 서울시가 하는 일에 반대하시는 겁니까.

서울시는 이 부지에 시민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소위 제2시민청이라고 합니다. 2013년 1월 개관한 시민청은 서울시민의 사랑과 호응이 대단합니다. 이 공간은 우리 강남 주민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서울시와의 감정싸움에 압박카드용으로 쓰여 방치될 공간이 아닙니다.

더 이상 58만 강남구 주민을 볼모 삼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우리 강남구 주민은 구청장님의 방패막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