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개발 관련 공공기여금 갈등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행정기관인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로 간의 정책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다.
이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가는 데에는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강남구는 자신의 주장 관철을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소송으로 맞서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논하기 전에 이는 예고된 것으로써 변수가 아닌 상수다.

그렇다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법적 다툼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강남구 지역주민들이라도 만나서 서울시의 당위성을 알리거나 강남구의 부당성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러나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다. 평소 신연희 구청장의 불통행정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한 본인조차 이번에는 서울시로부터 ‘서울시가 하겠다는데 강남구가 감히 반대해? 우리 권한이야. 너넨 신경쓰지마!’ 라는 인상을 받고 있다.

강남구를 법적 행정적으로 완벽하게 제압 하든지, 아니면 어르고 달래든지 해야 하는데 무대응, 무대책인 것을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행정갈등이 사법갈등으로 넘어가는 데에 있어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지역주민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도 쉽게 위에서 내려 꽂지 못했다. 1970년대 강남개발 이후 강남지역 최대의 개발사업인 한전부지일대 개발사업에 지역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뉴욕시는 911테러 후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일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 테러희생자 유족 등 뉴욕시민의 의견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추모공원인 ‘그라운드 제로’가 탄생했다. 새로운 소통 모델, 숙의형 민주주의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전부지 일대 개발은 서울시 권한이라며 자치구와 지역주민을 배제한 서울시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시는 하루 빨리 소통에 나서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강남구 주민들이 이에 화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남구 또한 서울시 소통에 응답할 자세를 보여라. 강남구 곳곳에 전쟁선포문 같은 호소문이 붙여있는 한 서울시에게 소통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간 강남구의 거친 방식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소통의 선결조건이 무엇인지는 당사자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당장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라.
그것이 지역 주민이 바라는 바다.

2015. 8. 13.

서울특별시 강남구의원 여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