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금년 1월에 발표한 물가상승률을 보면 1년전에 비해 당근이 125.3% 올랐다. 무는 113.0%, 배추는 78.8%, 달걀은 61.9% 각각 상승하였다. 좀 더 큰 그룹으로 보면 농산물이 8.4%, 축산물이 9.5%, 수산물이 6.6% 각각 올랐다. 이렇게 하여 농축수산물 전체로 8.5% 상승하였다.

그런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에 비해 2.0% 상승했다고 하면 독자들은 무슨 품목이 올라 이 정도 올랐을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내린 품목을 살펴보자. 김치냉장고가 16.7%, 샴푸가 23.8%, TV가 13.5%, 믹서가 19.6% 각각 하락하였다. 전기료가 11.6%, 도시가스가 7.4%, 지역난방비가 13.4% 각각 내렸다. 이렇게 하여 공업제품 전체로 1.6% 상승에 그친 반면 전기ㆍ수도ㆍ가스가 8.3%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집세를 포함한 서비스가 2.2% 상승하였으니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상승률은 2.0%로 발표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물가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우선 개인이나 가구의 입장에서 보면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배추나 무를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가구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발표되는 물가는 턱없이 낮으니 물가지수가 맞게 발표되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발표되는 물가지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별 상품들의 가격 및 서비스의 요금을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하여 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도를 가중치(加重値)라고 하는데 개인별로 느끼는 가중치는 다르지만 물가지수를 편제하기 위해서는 전체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균한 값을 이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취향이 다른 개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중치는 다를 가능성이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이유를 보자. 가족 구성원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액 증가를 물가상승으로 보는 경향이 있곤 한다. 또한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찾곤 하는데 이럴 경우 지출액은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이를 물가상승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물가지수에서는 품질향상분을 제외한 순수한 가격인상분만 반영하다보니 우리가 느끼는 물가상승률과 괴리(乖離)가 있는 것이다.

셋째로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과 지표물가의 비교시점이 다른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표물가 변동률은 지난해 같은 달 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하는 전년동월비 또는 전년동기비가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개인들의 경우에는 과거 가격이 상당히 낮았던 시기 또는 지난번 구매하거나 이용한 시점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구, 냉장고, 자동차 등과 같이 구입주기가 긴 내구재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지만 전년동월비로 바꾸어 보면 이보다는 낮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피부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아파트가격은 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지수물가와 차이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파트 구매에 따른 주거 서비스 혜택이 몇 십년에 걸쳐 지속되어 나타나므로 아파트 구매는 소비(consumption)가 아닌 투자(investment)로 간주된다. 현실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물가수준보다 실제로 느끼는 물가는 훨씬 크게 올랐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기에는 지수물가와 피부물가의 괴리가 큰 것으로 인식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