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각국의 경기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지속되는 등 줄곧 어려운 흐름 속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2016년에도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이 만연하고 실물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둔화되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의 정부 및 민간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등 좀처럼 정상궤도로 진입하지 못하였다.

이어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도입,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미 대선 트럼프 당선, 미 연준 금리인상 재개 등 예측하기 어려웠거나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국경제와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회복, 유가의 상승 움직임 등 긍정적인 모습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AI 로봇 등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의 확대 및 심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단 2017년은 2016년보다는 나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 경제기구들에 따르면 올해는 세계경제가 그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2017년중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미국의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올려잡는 근거로는 세계경제가 완만히 개선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인프라투자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임금상승, 세금감면 등에 따른 소득여건 개선으로 민간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유가상승에 따라 에너지부문 등의 설비투자 위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전 세계경제에서 규모 2위인 중국은 올해는 다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실물경기의 안정세 강화 등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 하락, 공급측 구조개혁 심화 등으로 성장둔화압력이 지속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의 6.7% 보다 낮은 6.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 가을 개최되는 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정부의 경제안정화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중국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SOC투자는 높은 성장 기여도를 유지하겠으나 수출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은 올해 고용여건 개선과 임금상승세 지속, 정부의 대형 경제대책 및 2020년 동경올림픽 관련 시설공사 본격 추진 등에 따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가 조금씩 개선되는 가운데 최근 달러대비 엔이 약세를 보인 점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크게 흔들렸던 유럽연합 국가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1%대 중반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중심국이 전년과 거의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그리스 포르투갈 등 주변국은 신용여건 개선, EU의 자금 지원 등에 힘입어 투자와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신흥국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원자재가격 회복,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사우디, 이란 등 중동국가들은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브라질, 러시아는 정치적 불안이 완화되며 성장률이 감소 추세에서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변수라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어온 무역협정들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만약 공약한 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을 폐기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협정들도 손질하기 시작하는 등 보호무역 기조 확산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 유럽에서 치러질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총선에 반유럽연합 성향 정당의 득세 등으로 인한 유럽연합 결속력 악화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마찰, 유가 변동 등도 올 한해 세계 경제에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7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5%에 불과할 것이라 했는데 미국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대외변수들과 불안정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이런 우울한 결과를 내놓게 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모쪼록 세계경제가 예상대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우리 경제에도 햇살이 비춰지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