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그 값을 치를 때 여러 가지 지급수단을 사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현금 이외에 수표, 신용카드, 직불카드, 계좌이체 등이 이용되는데 이러한 지급수단을 사용한 결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거래건수나 거래금액 면에서 소액결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대 지급수단은 현금, 직불카드, 신용카드인데 각각은 비용이 드는 이유에 차이가 있다. 현금의 경우 화폐 제조비용이 가장 크고,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즉시 인출되어 대금지급이 이루어지는 직불카드의 경우 지급결제 전산망의 운영·유지 비용이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전산망 운영 외에도 카드사가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1~2개월 뒤에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받게 되므로 고객의 신용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용이 추가된다. 판매자나 소비자,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지급수단마다 부담하는 비용이 엇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급수단에 드는 사회적 총비용과 거래건당 사회적 비용 등을 추정해 왔다.

‘주요국의 지급수단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추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드러난다. 즉, 이들 국가에서 거래 건당 사회적 비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신용카드는 국내 이용 비중이 매우 높고 반대로 보다 효율적인 직불카드의 국내 이용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사대상 국가들의 주요 지급수단 사용에 따른 사회적 총비용은 국내총생산의 0.4~0.8% 수준이고 그중 현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거래건당 사회적 비용은 대체로 신용카드(0.98~2.85유로), 현금(0.26~0.99유로), 직불카드(0.32~0.74유로) 순이다.

신용카드의 건당 비용이 가장 높은 이유는 카드발급 비용 및 신용리스크 관리 비용 등이 소요될 뿐 아니라 위의 나라들에서는 이용비중이 낮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신용카드와 현금의 사용을 줄이고 직불카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소매점의 직불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였고, 호주와 덴마크는 신용카드 사용시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추가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스웨덴은 대중교통에서 현금 이용을 금지하였다. 그 결과 최근 직불카드 이용은 크게 증가하고 신용카드와 현금의 이용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위의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신용카드 비중은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 증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와 세원 투명화를 목적으로 신용카드 발급과 이용을 권장한 데 따른 것이다.

거래건수 기준 주요 지급수단 이용 비중을 보면, 네덜란드(2012년)는 현금 58% 직불카드 38% 신용카드 1%, 스웨덴(2009년)은 현금 34% 직불카드 44% 신용카드 8%, 호주(2013년)는 현금 51% 직불카드 28% 신용카드 14%인 반면 우리나라(2015년)는 현금 36% 직불카드 14% 신용카드 40%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현금의 이용비중도 다소 낮은 편이지만, 두드러진 차이는 직불카드 이용비중이 낮고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앞으로 다양한 지급수단별로 효율성 여부를 평가하고 지급결제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절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 추정 방법 등을 연구,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지급수단의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편익과 비용을 동시에 비교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편익 측정이 쉽지 않아 주요국에서도 주로 비용만을 추정했다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인프라 구비 및 규모의 경제 효과로 신용카드의 사회적 비용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향후 이에 대한 조사, 연구가 진행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지급수단을 찾아 이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