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없이 푸르른 하늘과 알록달록한 꽃과 꽃내음은 나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몇 차례 봄비가 오더니 이젠 한걸음에 여름이 되려나 보다. 그러고 보니 달력은 벌써 4월이고, 이제 머지않아 5월로 넘어가려 한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등 이름하여 가정의 달. 5월이나 12월 같이 가족들과의 행사가 많은 달이 되면 어렴풋이 생각나는 학생이 있다. 재작년쯤에 만나 상담을 했던 친구인데 그 때 나이가 17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주차장도우미, 치킨배달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상담하기 위해 만난 시간이 저녁식사 즈음이어서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대접했다. 이왕이면 친한 친구들도 함께 먹으면 좋겠다 싶어 부르고 싶은 친구들 있으면 모두 부르라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를 모시고 몇 명의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생각보다 친구들을 적게 불렀기에 친한 친구들 모두 부르지 그랬냐고 했더니 이 친구 하는 말이,

“선생님!! 이만하면 됐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 다음엔 꼭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면 좋겠어요.”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조금은 당황했다. 그저 소박한 식사자리였는데 그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신이 겪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치킨 배달을 할 때였는데, 한번은 배달을 갔더니 초등학생 정도 되는 꼬마애가 나와 치킨을 받아가며 5만 원짜리 지폐를 내주더란다. 그걸 받아드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면서 많은 생각들이 함께 스쳐지나가더라고. 그러면서 뒷말을 잇지 못하였다.

치킨배달은 주로 가정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 때마다 단란해 보이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접했을 것이고 당연히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었을 것이다. 돈을 내어주는 사람의 경우 어른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또래도 다반사였을 터, 가장 예민한 시기에 이러한 경험들이 이 친구에게는 꽤 큰 상처로 자리 잡았을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가출을 일삼고 비행을 저지르는 거리의 청소년들은 어쩌면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치킨을 시켜서 오순도순 나눠먹고, 함께 TV를 보며 웃고 이야기 나누며 즐거워하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런 모습의 가족을 꿈꾸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인해 이 시대의 많은 청소년들이 삐뚤어지고 왜곡되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부모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불량하고 부적응하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은 사실 그들의 탓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닌 이상 우리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상 우리가 우리 자식들 걱정하고 신경 쓰고 염려할 때,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이들도 한번쯤 함께 생각해보고 염려하고 도움을 주고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마음이 있다면 작은 실천으로 옮겨보자.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기부나 자원봉사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시작할지 너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기부신청서나 자원봉사신청서를 쓰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