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핀테크 열풍 속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 등 IT 기술과 금융포트폴리오 이론을 결합한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상품 출시가 올해 들어 본격화하면서 가히 우리 나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의 원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저금리 기조하에서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기존의 PB 서비스는 문턱이 높다. 로보어드바이저는 IT 기술 등을 이용한 자동화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조언자)’의 합성어로 사람 대신 컴퓨터 로봇프로그램이 투자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분석해 고객성향별로 목표수익률을 진단한 후 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을 지시하고 이후 포트폴리오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밸런싱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 자산관리프로세스는 PB 등 기존 자산관리서비스와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이런 점에서는 대부분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며 시스템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대상의 자동 매수도는 현재의 시스템 트레이딩을 조금 변형하여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성과와 직결되는 경쟁력의 핵심인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블랙박스와 같아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평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알고리즘은 개발된 시스템이 추구하는 전략, 투자대상 분석 및 추출, 투자대상 기대수익률 산출, 리스크 허용 프로파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기준 등에 따라 세부내용이 제각각일 수 있으며 그 자세한 알고리즘은 감정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시장에서 거둔 수익률과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의 결과 등으로 평가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NH투자증권이 ‘QV 로보어카운트’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쿼터백자산운용이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하였다. 뒤이어 KEB하나은행의 ‘사이버 PB’, 미래에셋대우의 ‘로보어드바이저 마켓’, 현대증권의 ’에이블로보랩‘ 등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문사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도 확대되고 있다.

태동기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금융회사는 금융투자사로 투자자문운용사와 손잡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은행들도 일임형 ISA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나 투자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여 서비스 개선속도는 점차 빨라질 듯하다.

국내의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업계는 알고리즘 개발 수준, 금융회사들과의 협력 진척 정도에 따라 서서히 실력 차이가 벌어지는 등 태동 단계에서부터 양극화 양상을 표출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과 협력해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확대 단계에 있는 쿼터백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등은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포착하고 있는 반면 가장 먼저 언론상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일부 회사들은 시스템 개발 지연, 금융회사와의 MOU 파기 등으로 차질을 빚으며 한 발 뒤처지는 느낌이다.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상품 자문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산관리 전문가 등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이 고객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방식을 로보어드바이저의 최종적인 4단계 서비스로 간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 과정상 고객과 전문가 등 자문인력 참여도의 경중에 따라 1단계에서 4단계까지로 나누고 단계별로 투자자산에 대한 자문ㆍ일임 업무의 범위를 차등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자산운용 허용에 앞서 로봇이 적합한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지 역량 검증을 위한 공개 테스트가 9월초부터 실시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혁신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는 핀테크는 간편결제서비스와 같이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을 단순 보완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금의 투자 운용 중개 등 금융의 핵심 기능에 IT기술을 접목시켜 나가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런 추세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태동기에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강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통해 전통적인 PB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대중적인 수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화된 자문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문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