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아! 얼른 일어나! 밥 먹고 얼른 자원봉사 가야지!”

일요일 아침 엄마의 숨 넘어가는 재촉에 꿈속을 헤매다 잠을 깼다. 일요일에 ‘자원봉사’라니! 괜히 억울했다. 왜 자원봉사 때문에 공부에 지친 아들의 ‘꿀잠’을 깨우나 야속하기만 했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불만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달려간 곳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애인시설 ‘은혜동산’. 우연히 가입한 봉사단체 ‘더나눔플러스’가 벌써 몇 년째 봉사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시설이라고 한다.

단장님은 봉사가 생활인 듯한 분이셨다. 만면에 웃음 한 가득, 살갑게 말을 걸어 주시며 처음 와 보는 장애인시설에 대한 경계심과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려 하셨다. 나와 같이 봉사 활동을 온 엄마는 어색해 하는 나를 어떻게든 안정시키려고 평소보다 말씀이 많아지셨지만, 어색해 하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난생 처음 장애인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 나는 뭘 어떻게 할지 몰라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런데 단장님께서 다가오시더니 휠체어를 탄 또래 남자아이를 부르셨다. 몸이 많이 불편해 보여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쩔쩔매며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나와 달리 단장님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하셨다.

뇌성마비로 보이는 그 아이는 얼마 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다면서 얼굴 전체에 웃음이 가득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아이였지만,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내 또래를 만나 조금은 마음을 열었지만, 여전히 장애인 시설에서의 봉사활동은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처음엔 나처럼 어색해 하던 엄마가 장애인 분들 얼굴과 손 마사지를 하면서 말벗이 되어 드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마사지하는 걸 본 적이 없는 엄마지만, 서툰 손끝에 정성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는 두 번째 마사지가 끝나자 “성민아~!”하며 부르셨다. 겉도는 나를 보고 같이 마사지를 하자고 하신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해 본 마사지. 그 분들 얼굴은 비록 주름이 가득했지만, 내 또래 그 아이처럼 모두들 환한 얼굴이셨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왠지 다가가기 어렵고 그래서 우리랑 다른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행복함을 행복하다고 몸 전체로 표현하는 순수하고 순박한 사람들 같이 느껴졌다.

나는 아직 진심으로 그 분들께 다가가지 못했지만, 다음 번 정기 봉사 때는 지금보다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오늘은 몸풀기다.” 다음번엔 내가 먼저 용기 내서 다가가 봐야겠다. 벌써부터 다음 봉사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