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전격 발표하였다. 이는 200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12년 덴마크, 14년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에 이어 다섯 번째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둔화와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됨에 따라 제로금리정책과 다양한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여유자금이 민간에 대한 대출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등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에 추가적인 완화조치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당좌예금) 가운데 필요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예금(초과지준)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은행의 대출을 유도하여 기업의 실물경제 활동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이너스 수신금리와 더불어 현재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매매(Repo)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스위스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목표밴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은 양의 값을 가진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볼 때 대체로 경제주체들이 현재소비를 동일한 크기의 미래소비보다 선호한다는 시간선호(time preference)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선진국들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기도 하는 것은 이러한 기존의 생각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가능할까?

첫째,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인데, 예를 들어 명목금리(-1%)가 마이너스라 할지라도 물가상승률(-2%)이 더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실질금리(+1%)는 플러스가 될 수 있다.

둘째,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flight to quality)으로 투자원금회수가 수익보다 중요해짐에 따라 원금이 보장되는 주요 국채들에 대한 일종의 보험료인 마이너스 금리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 채권을 마이너스 금리에 매입하더라도 경기상황이 여의지 않아 금리가 더 떨어지게 되면 채권을 되팔아 금리 하락폭만큼 투자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는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반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빠르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살아난다면 해소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정책적 실험이다 보니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명목정책금리가 제로금리하한(zero lower bound)에 도달한 상황에서 다양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환율하락(통화가치 절하)을 유도하고 디플레이션을 해소하여 경기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으며 구조개혁 등의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낮은 금리와 경기 침체로 은행의 수익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축소가 은행의 수지 악화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작금의 상황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가계, 기업 등 일반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신중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급변하는 경제 환경변화에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