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을 앞두고 은행 화폐교환창구가 북적인다. 자식들은 모처럼 만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노인들은 손자에게 세뱃돈을 주기 위해 새 돈을 확보하려고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신권을 확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은행 영업장은 남녀노소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야말로 ‘신권 찾아 삼만리’다. 덩달아 창구 직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권 선호 성향이 높은 데 주로 기인하는데, 지금까지 해마다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통계로 볼 때 설 이전에 교환발행되는 화폐의 규모는 평상시보다 많은 편이다. 한국은행 강남본부의 설 이전 10영업일간 일평균(4년 평균) 교환건수는 213건, 교환금액은 4억6700만원(5만원권 14.2%, 1만원권 76.5%, 5천원권 5.1%, 1천원권 4.2%)이다. 평상시(설 이전 10영업일 제외) 교환건수(38건)와 교환금액(4900만원)을 비교해 봐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는 제수용품 마련, 귀성 등에 따른 가족과 친지의 만남 등 생활소비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강남본부는 설을 앞두고 새 돈으로 바꾸려는 고객의 폭주에 대비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다.

첫째, 고객이 물밀 듯이 밀려들면 상황을 봐서 교환창구를 더 늘려 대기 고객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분산시킨다. 이때 내부 가용인력을 동원하는데 가급적이면 화폐취급업무 경험이 많은 노련한 직원을 투입한다.

둘째, 강남본부의 현재 1인당 1일 화폐교환한도는 5만원권 100만원, 1만원권 100만원, 5천원권 50만원, 1천원권 50만원이며 주화(동전)는 화종별로 소액을 교환해 준다. 수요에 비해 보유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1인당 한도를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1인당 1일 교환한도는 지역별 화폐보유 사정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므로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 전체적인 신권한도는 화폐수급계획을 바탕으로 먼저 연간한도가 정해지고, 이를 근거로 지역별 시기별 부문별 한도를 분배해 운용한다. 비용문제 때문에 무한정 찍어낼 수는 없다.

셋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설을 앞두고 제조화폐 지급한도의 일정비율을 강제적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수시 지도하고 있다. 신권 한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이 설 이전에 일정비율을 찾아가 사용하지 않으면 설정한 한도를 줄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대부분 설을 앞두고 찾아 가서 고객에게 교환해 준다.

한편, 한국은행은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주제로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신권선호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다양한 홍보수단을 활용하고 있는데 창구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더불어 화폐 제조비용을 줄이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창구가 바쁘고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A창구에서 교환한 사람이 B창구로 가서 다시 교환해 가는 사례도 있고, 신권한도가 적다고 불평하면서 창구업무를 지연시키는 얌체고객도 있다. 창구업무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이해와 각별한 배려를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설을 앞두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폐 동전이나 저액면 지폐를 다량으로 제시하는 고객도 있는데 가급적이면 창구가 혼잡해지기 전에 새 돈으로 교환해 가거나 설 이후 창구가 다소 한산할 때 가져와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