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가 있는 드라마인 ‘육룡이 나르샤’를 보면 정도전은 계민수전(計民授田)이란 토지개혁을 시도한다. 계민수전이란 백성들의 수를 헤아려 그만큼 토지를 분배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당시, 모든 토지는 권문세가가 차지하고 백성들은 피땀 흘려 농사를 짓고 나면 수확량의 절반 이하, 심한 경우 2할 밖에 차지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권문세가들의 땅을 모두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약간의 세금만 나라에 바치면 나머지는 모두 백성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회경제발전의 핵심인 자영농 또는 중산층의 형성이 가능한 경제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역사서에 보면 약간의 실적만 거두었다고 한다. 기득권층, 권문세가의 저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공했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떠한 상황에 있을까?

내년이면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다. 향후 30만 명의 베이비부머는 노동시장에 잔류하고, 10만 명의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게 됨에 따라 이들은 고용절벽에 서게 된다. 노사정은 일찍이 이 문제를 인식, 연 내 처리를 목표로 작년 9월부터 논의를 착수하여 9월 15일에 대타협을 도출한 바 있다.

금년이 청년 고용절벽, 비정규직 고용불안, 장시간 근로만연, 낮은 사회 안정망 등 심각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입법이 올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상 법안이 자동폐기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연내 입법화 되지 않는다면, 우리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은 15만 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70여 만 명의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비정규직 축소 및 정규직 전환촉진 조치, 파견확대로 일자리 기회 확대, 일자리 질 제공, 286만 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저녁이 있는 삶, 연간 125만 명의 실업급여 147만원 추가 수혜, 5년간 26만 명의 출ㆍ퇴근 재해 보상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일자리의 창출ㆍ유지’를 위한 것이다.

비정규직법안을 제외하고 다른 법안들만 통과될 경우 정규직 보호만 강화되어 노동시장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시장 주요 규범들의 공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제고와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정규직 고용이 늘면서 비정규직 규모축소 및 정규직 기회확대 등 처우개선과 격차해소도 가능하다. 따라서 반드시 5대 법안이 패키지로 처리되어야 한다.

모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의 출산율를 유지할 경우 2,500년대가 되면 한반도는 인구의 감소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출산파업 때문이다. 출산파업은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이여 그래도 좋은가?

산업화 이전단계에서는 사실상 ‘토지’가 전적인 생계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에 있어서는 ‘일자리’가 생계수단이다. 즉, 일자리정책은 종전의 토지정책에 비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종전의 토지정책과 마찬가지로 일자리정책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유사 이래 모든 개혁에는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 왔다. 개혁이란 그 누군가의 희생, 배려, 양보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지금 또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 경영계, 노동계 모두 공감하고 있으나, 개혁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다가는 고용절벽에 부딪히게 된다. 누군가는 빨리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경영계, 노동계, 국회 등의 현명하고 신속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정도전의 토지정책이 성공하였더라면 중산층이 육성되어 우리도 서양과 유사하게 근대화과정을 밟아 나갔을 수도 있다. 육백여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저지른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