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은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 놓았다. 이번 판결은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통상임금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판결내용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통상임금의 요건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법원의 판례, 현장의 적용 실태 등이 각각 상이하여 그 적용에 있어 노사간 다툼의 원인이 되어왔고, 법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조금씩 확장하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구체적 사안별로 판단기준이 상이하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간의 통상임금 관련 논쟁을 정리하여 통상임금의 요건을 구체화함으로써 임금을 둘러싼 산업현장에서 불필요한 다툼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갈등은 여전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금액, 일급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급액(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으로 시간외 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 해고예고에 갈음하는 수당과 연차유급휴가금 등을 지급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 중에서 어디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인지는 근로자의 임금총액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판단기준은 객관적이고 명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통상임금의 요건을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제 필자와 같은 공인노무사뿐 아니라 일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근로감독관들 조차도 통상임금 요건 판단이 매우 어렵다는 호소를 한다. 통상임금의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데 있다. 통상임금이 시간외 근로에 따른 가산임금 등의 기준이 되어 기업들은 통상임금의 증가를 회피하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수당을 만들어 임금체계가 매우 복잡하게 된 것이다.

2013년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구성 비율 중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매우 기형적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임금체계는 장시간 근로 유발과 노동생산성을 저하시켜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통상임금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것은 단순히 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을 방지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개혁의 시발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즉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기업들이 통상임금의 증가 회피를 위한 각종 수당 신설을 사전에 방지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개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으므로 굳이 정부가 통상임금 제도를 입법화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현장의 갈등은 여전하여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노사정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지난 9월 15일 노사정은 통상임금의 개념 정의와 금품의 성질에 따른 제외금품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정신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구성 단순화와 지급요건 명확화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자는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의 합의정신에 맞춰 금년 내 법․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아울러, 노사의 임금체계 개편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 모델 개발․보급, 컨설팅 제공, 세제 및 제정지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려 나갈 계획으로 우리 서울강남지청에서도 관내 기업에 대해 정보제공, 컨설팅 알성 등 다양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하고 불합리한 임금체계의 문제점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 결과가 입법화됨으로써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소모적인 분쟁에 대해 사전 예방을 하고, 우리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노사관계도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층 더 발전하여 노동시장개혁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