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계절이다. 자연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호시절에는 산천경개를 감상하는 행락객 등 이동인구가 많다. ‘고속도로 이용차량 통계(한국도로공사)’나 ‘철도 여객수송 통계(코레일)’를 살펴봐도 10월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기념일 등 사회관습이나 활동하기에 적합한 날씨 등 기상여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락객이 많아지면 동전의 수요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계절적 요인의 동전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한국은행의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성수기에는 동전을 조달하는데 애로를 겪기도 한다. 반면, 겨울철에는 환수되는 동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2014년말 기준으로 한국은행에서 시중에 공급한 동전의 총 누계규모는 500원짜리 22억개, 100원짜리 91억개, 50원짜리 20억개, 10원짜리 81억개, 기타 8억개 등 총 222억개(기념주화 제외) 정도이며, 금액으로는 2조1,799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5천1백만명 기준) 1인당 435장씩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알게 모르게 자연 퇴장(退藏)된 동전은 그 규모를 추정할 수 없기에 무시한다.

이러한 동전이 원활하게 유통되게끔 동전유통관련기관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으면 좋겠다. 동전 유통관련 주요기관으로는 한국은행, 금융기관 그리고 대량수급처가 있는데 각자 처한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첫째, 한국은행 화폐교환창구는 소액의 권종간 교환요구에 응대하는 기능을 하며 대량으로 처리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자동차폐차장이나 세탁기 재활용업체, 폐지 재활용업체, 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동전 등 찌그러지거나 녹이 슬어 다시 사용하기가 곤란한 동전은 영업시간 중에 교환해 준다. 대량의 동전을 처리함에 있어서,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을 배제하고 직접 국민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둘째, 금융기관은 외환위기 이후 일선 점포들이 본부의 경영방침에 따라 수익성 위주의 점포경영을 지향하면서 창구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이익 기여도가 낮은 동전 취급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 동전교환은 잠재고객의 확보와 이미지 개선이라는 무형의 이익은 있을지 몰라도 당장에는 손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셋째, 대량수급처 가운데 은행 창구에 오는 자판기회사나 버스회사 등 공급자의 대부분이 자금에 그렇게 여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평소에는 바빠서 자주 교환하러 가기도 어렵다고 한다. 할인점이나 수퍼 등 수요자는 일시적으로 수급이 맞지 않고, 새 돈이 50개씩 종이로 포장되어 있고 손님들이 좋아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한국은행에서 교환해 가려고 한다.

동전 유통에 지혜를 모아야

동전 문제 해결에 정답은 없는 듯하다. 다 같이 어려운 시기에 각자 처한 상황과 현실을 이해하고 고객만족 등의 거창한 구호보다는 구체적으로 실천에 앞장서고 또 서로 돕고 더불어 살기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슬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전 모으기 운동」을 시의 적절하게 추진하는 구호단체 등의 노고에 거듭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담당자로서 동전을 교환하려는 고객에게 다음 사항을 부탁하고 싶다. 첫째, 한꺼번에 많은 동전을 가져가지 말고 취급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져갔으면 좋겠다. 둘째, 가능하면 혼잡한 시간을 피하여 미리 은행의 담당자와 전화 연락한 다음 일정을 정하여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셋째,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가급적 종류별로 분류하고 찌그러지거나 녹이 슬어 기계로 셀 수 없는 것은 따로 분리하였다가 적정량을 가져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평소 거래점포에 이익이 되도록 금융거래를 집중하는 등 신뢰관계를 쌓아 간다면 문전박대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금융기관들도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고객에 대한 무한적 봉사정신과 공익성을 깊이 인식하여 고객이 가지고 오는 동전을 기피하지 말고 바꾸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