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돈은 귀신한테도 통한다(錢可通神, Money makes the mare to go.)”는 속담도 있다.

우리들을 웃게도 만들고 울리기도 하면서 돌고 도는 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돈(한국은행권)은 일반종이가 아닌 100％ 면(綿)을 사용하여 만들고 있고 제조기술의 수준이 높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질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조폐공사의 제조기술은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한국은행의 조사(2011년 한국은행 연차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돈의 유통 수명은 일만원권이 100개월, 오천원권 65개월 및 일천원권이 40개월 정도이며, 오만원권은 유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추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우리나라 돈의 유통수명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서 그리 짧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용자 중 일부가 돈을 아무렇게나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거나, 돈을 꼬깃꼬깃 접거나 구기거나 찢거나, 돈에 메모 또는 낙서를 하거나, 물기 또는 오물이 묻은 손으로 돈을 주고받거나, 돈에 종교적 색채 또는 상업적 광고 문구 등을 기재하여 유통시키는 등 돈을 험하게 다루는 습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유통과정에서 심하게 훼손(毁損)되어 한국은행으로 들어오는 지폐를 극손상권(極損傷券)이라 하는데, 이 규모가 2014년중 금액기준으로 1,513억원(물량기준 2천만장)이나 된다.

깨끗하지 못한 돈을 만지게 되면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최근 자료는 아니나 순천향대 오계현 교수(생명과학부)가 발표한 ‘유통 화폐에 의한 병원성 미생물 감염조사’에 따르면 일천원권 지폐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 등 아홉 가지나 되는 병원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특히 수산물시장 등 주변 환경이 깨끗하지 못한 지역에서 추출된 지폐 표본에 병원균이 많이 묻어있었으며, 이러한 병원균들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미국 등 선진국의 최근 조사 자료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이처럼 더러운 돈은 개인 건강에 문제를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 한국은행에서는 매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폐기하는 대신 이를 새 돈으로 대체하고, 또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늘어 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조폐공사에 화폐를 발주하는데 2014년 기준으로 총 1,287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 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부담 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찢어지거나 더러워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폐기하는 화폐는 2014년 기준 2조9,847억원에 달하며 이는 은행권 뿐만 아니라 찌그러지거나 부식 등으로 못쓰게 되어 폐기되는 주화금액(14억6,500만원)도 포함된 수치다. 이를 새 동전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568억원이 소요되었다.

은행권 제조용 원면(原綿)과 동전의 원료로 사용되는 구리와 아연 그리고 니켈 등의 수입에 적지 않은 외화가 쓰이고 있는데, 구리 등 국제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민들의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원자재 가격 등 해외변수를 통제할 수단이나 힘이 없어 원료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소비절약의 생활화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정부와 기업 등 경제 주체가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돈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평소 돈을 지갑에 넣어 보관하는 등 구기거나 찢거나 더럽히지 않도록 한다. 둘째, 현금사용 빈도가 높은 시장 상인들은 가급적이면 전대나 현금보관용기를 사용한다. 셋째, 동전의 앞뒷면을 갈거나 구멍을 뚫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 외에도 돈에 낙서 하지 않는 등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돈을 소중하게 다루는 습관이 선행돼야 한다. 이 같은 작은 실천이 개인 건강과 국가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自明)하다.

화폐제조비용 절감 등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건강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돈을 깨끗하게 사용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돈 깨끗이 쓰기 운동’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기대한다.

또한 찢어지거나 더러워진 돈, 불에 탄 돈, 찌그러진 동전 등과 같이 다시 사용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돈은 한국은행 본부와 지역본부 화폐교환창구에서 새 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