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세상 밖으로

기고문> 서울가정법원 위탁보호위원/ 대치자원봉사회 회장 김명희 강남내일신문l승인2019.10.14l수정2019.10.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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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18년동안 서울가정법원에서 위탁보호위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위탁보호위원으로서 나는 주어진 기간 동안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상담하는 업무를 한다.

아이들마다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제각각이고 거처도 일정하지 않아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최대한 많이 만나보려고 노력하고 진심으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나도 이 아이들이 보통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란 걸 이제는 안다.

오랜 기간 이 일을 해오다 보니 정말 다양하고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 중 현우(가명)는 4년 전에 알게 되었는데 올해 9월말이면 만18세가 된다. 현우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7살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보육시설에서 살고 있는 보통 학생의 경우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 2월에 퇴소를 하지만 현우는 얼마 전 고등학교를 자퇴했기 때문에 생일로 만 18세가 되는 이번 달에 퇴소를 하게 되었다.

퇴소를 준비하면서 현우의 손에 주어지는 돈은 500만원. 5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18세 소년 혼자의 몸으로 세상에 나와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한 밑천으로는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교육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아동복지시설 보호 종료 아동은 전체 2,606명으로 이들이 세상에 나와 의지할 수 있는 공식적인 국가지원금은 500만원. 이는 집을 구할 보증금으로도, 1년 치 생활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며 대학 진학도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히 기댈 곳 없는 이 아이들을 우린 그냥 바라만보고 안타깝다고 혀만 차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이러한 시설의 아이들을 보아오면서 생각한 것은 우선 시설이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시설의 운영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의 보금자리로서의 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이유에서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엄마’의 역할을 해주는 보육교사 등 시설의 직원들이 가급적 바뀌지 않고 아이들을 돌봐주면 좋겠다. 물론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이직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시설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겠다.

다양한 후원금은 시설의 운영이나 사업비로 사용하기 보단 홀로 사회에 나아가야하는 아이들의 독립을 위한 종잣돈으로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이는 단지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는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물질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많은 어른들이 있음을, 나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응원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참 좋겠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문화 활동을 하며 의미 있는 소통의 자리를 가지는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현우와 시설의 여러 아이들이 자신들의 첫 엄마였던 한 직원의 결혼식에서 자신들이 스스로 마련한 축가의 무대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한 일이 기억난다. 진정한 ‘엄마’를 위한 마음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그 엄마는 단지 보육교사 혼자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의 모든 직원, 시설의 운영프로그램 및 시스템 등과 더불어 지역사회가 함께 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될 때 시설의 아이들이 이 사회에 필요한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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