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정관념을 깨는 언론기사가 떴다. “줄 세우기 의미 없다. 절대평가로 돌아가는 대학들”, “학점 낮은 학생 납득 못하고 교수도 상대평가 부담스러워” 라는 제목의 기사로 주요 서울시내 대학의 학부생 학점 평가방식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왜일까? “학생이 개인 과제와 팀 과제, 발표 등을 열심히 했고 중간, 기말고사도 곧잘 봤고 결석도 거의 없더라도 어쩔 수 없이 C학점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상대평가에서는 정해진 일정비율을 따라야 한다. 예컨대 수강생의 70% 이하에게만 A 또는 B학점을 줄 수 있고 나머지는 C학점을 주어야 한다. 교육학 전공 교수는 “상대평가는 비교육적인 평가방식으로 대학입학처럼 정해진 자리를 놓고 합격, 불합격을 가려야할 때 제한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실제로 절대평가방식을 도입했을 때 효과가 있을까? 2014년 국내 의대 최초로 절대평가방식을 도입한 연세대가 긍정적이라고 발표했다. 4년전 절대평가를 적용한 학생들의 의사고시 합격률이 금년 2월 처음으로 나왔는데 98.68%로 최근 5년동안 가장 높은 합격률이라고 한다. 더욱이 해당 의대 학장은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오히려 학업성취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점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챙겨주는 협동심을 발휘해 의술을 교육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한편, 테헤란로에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기업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물론 상대평가가 일반적이다.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기업들도 상, 중, 하 등으로 직원을 구분해 일정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탁월한 성과를 낸 20%, 평균적인 성과를 낸 80%, 이렇게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직원들이 속해 있는 평균적인 성과를 낸 직원들을 어떻게 줄을 세우느냐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B등급과 C+등급이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상대평가제도 도입으로 불가피하게 일부는 C등급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상대평가원칙을 적용하는데 유의해야 할 것은 성과분포가 머리와 꼬리는 작고 중간은 상당히 큰 정규분포를 이룰 것으로 가정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컨대 우수한 직원들을 많이 모아놓은 곳일수록 실제 성과분포는 정규분포에 가깝지 않다는 데 있다. 즉, 정규분포가 아닌데 정규분포를 적용하는 점이다.

아울러 상대평가 적용으로 불가피하게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이 낙인효과로 동기부여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조직문화도 만연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사회학자 피터 블로우는 “경쟁적인 조직과 협력적인 조직 중에서 어느 곳이 생산성이 높은가?”를 연구한 결과 협력그룹이 더 높게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경쟁적인 조직에서는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간 정보공유가 단절되면서 조직 전체에 보이지 않는 손실비용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는 등 혁신적인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조직원들의 협업과 이종(異種)간의 융합 등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정보공유를 활성화하고 상대평가적용에 따른 일부 직원의 섭섭함을 줄일 수 있는지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독일의 경영컨설턴트 닐스 플레깅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축구팀에서 골을 넣은 사람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하면 그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팀이 이겼을 때 모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해야 승리하는 팀이 된다.”